• field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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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통신대에서 3학년 수업교재로 발간하는 < <전통사회와 생활문화>> 개정판에서, < 경생활>과 < 을과 계>라는 두 챕터의 집필을 맡았습니다.

    원래 하나만 하려던 게, < 을과 계> 집필을 부탁드렸던 분 이용기 샘이 사양하시면서, 책임편집자 선생님에게 저를 필자로 하라고 추천하는 바람에 두 개를 맡게 되었네요.
    그걸 떠맡을 때는 시간도 있고 하니 어케든 되겠지 했는데, 아주 허덕허덕 하는 중입니다.
    그 중 하나인 < 경생활>의 초고가 완성되었습니다. 혹시 심심하실 때 있으시면 보시고, 조언이나 논평 주시면 검토해서 반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3학년 전공수업이라고 하지만,
    대중강좌용 교재라고 생각하고 집필해달라는 것이 책임편집자 및 출판부의 요청이었고요. 그럼 이만 총총..

    농경생활 초고

  • field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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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사는 사람들이 삶을 이어가는 기본적 토대로서, 무엇보다도 자연환경을 상대하는 일이다. 마주한 자연환경의 속성을 면밀히 파악하고, 그에 적합한 농업기술을 고안하거나 도입해서 구현하며, 이렇게 검증된 것들을 지식으로 축적ㆍ전승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밑바탕이 된다” 라는 첫 문장이 압도적이다. 무엇보다 농민을 자연과 직접 대면하여 지식을 생산하는 자로서 정의내리는 논의는 흔치 않은데, 이는 모든 이는 지식인이다 라는 그람시의 유명한 문장을 자신의 연구 속에서 구현한 보기 드문 예라고 생각한다.
    자연환경과의 대면이라는 구도 속에서 논농사와 밭농사 그리고 노동의 형태라고 풀어낸 사회경제적 관행까지 끌고간 솜씨 역시 전문가다운 내공을 보여주는 듯 하다.

    한 마디 덧붙인다면, 교과서를 쓰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그다지 흠이 되지는 않겠지만, 글 전체의 논의 구도를 염두에 두면 글의 말미에 무언가를 덧붙여야 하지 않을까? 지식으로 축적 전승하는 일을 가장 밑바탕으로 설정한 서론의 강렬한 주장과 자본주의 맹아론과 소농사회론이라는 거대담론이 현재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파악을 염두에 둔다면 결론을 제시하지 않고 끝났다는 인상이 남는다. 본문 속에서 자연과의 대결과 그 속에서 나온 넓은 의미에서의 지식이라 옴직한 관행을 포함한 농사 지식의 예를 제시했다면, 그 성과물이 농경에 대한 거대담론과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되는지에 대해 한 문단 정도를 덧붙이는 것이 나을 듯하다. 어설프게나마 그 마지막 문장에 대한 스케치를 제시해보겠다.

    [전통적인 농경생활 속에서 발견되는 지식과 관행들에 주목함으로써 첫째, 생계경제 더 나아가 생활문화 속에서 태동하고 발전되어 왔던 농민의 삶에 대한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여전히 완결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성과물들은 한국의 농민들의 지혜라는 두루뭉수리한 말로 충분히 포착될 수 없으며 각각의 지식과 관행이 겪어온 궤적을 꼼꼼히 살펴 엄연한 지식으로서의 위상을 부여받아야 한다. 둘째, 농경생활 속에서의 지식과 관행이 식민지 시대와 근대화 과정을 겪은 현재의 농업 속에 어떻게 변화하고/변화하지 않고 남아 있는지 더 나아가 농경생활이라는 테두리를 넘은 다른 분야에서는 어떻게 옮겨가 영향력을 유지/상실했는지를 추적해야 한다.]

    • Mun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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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참으로 그러합니다.. ^^

'문어 [농경생활] 초고 전통사회와 생활문화 중'에 답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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