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B 연구윤리/ 인류학은 자기기술지가 되어야 하는가

십 여년전 유학시절 미국의 NSF가 구술사를 ‘제대로된’ 연구방법론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발표를 하고 그에 대해 미국의 인류학 전공자들의 메일링 리스트가 뜨거워졌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당시 미국대학에서의 IRB요구는 귀찮기는 했으나 느슨한 편이었고. 그 이후 어떻게 결론이 났는지는 정확히 확인해보지 않았으나 그 실질적 강제력은 약화되었던 듯.

요새 대학원의 화두는 단연 IRB다. 떠도는 이야기는 “인류학 현지조사는 동질적인 2-30명을 대상으로 하는 것” 이라는 정의를 내세워 한 대학원생의 연구에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는 것. 그 전후사정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사정이 어떠했다고 할지라도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전 세계의 인류학 연구를 불법이라 호명하는 셈이니.

철학자 김진석은 100미터 달리기의 기록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1000분의 1초 혹은 10000분의 1초로 계측의 단위를 내린다면 그 종목 자체가 없어질 거라 말했다. 그 기준을 적용할 경우 대부분의 선수들이 부정출발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IRB가 엄격히 적용된다면 모든 인류학은 자기기술지가 될 형편이다. 이 문제는 IRB 신청자와 승인기관이라는 양자관계에서는 풀리기 힘들고 같은 대학의 교수들끼리도 해결하기 껄끄럽다. 인류학 방법론과 IRB에 대한 학회 차원에서의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