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똑똑한가 바보인가

어제 ‘휴대폰’으로 구청 아동복지 관련 행정관이 전화를 걸어왔다. 매우 조심스러운 그러나 단호한 태도로 던지는 질문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인 아들을 왜 학교에 보내지 않고 1년 유예를 시켰냐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가 장애인 복지카드를 발급받은 발달장애아이며 아직 자신의 의사를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기에 유예했다고 문어체로 먹물티내며 답했다.
그러나 그 행정관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그럼 아이는 그냥 집에 있는거냐? 장애아 전담 특수 어린이집은 가까운 곳에도 있는데 왜 시 경계를 넘어 다른 곳에 보내는가? 지금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의 정확한 이름이 무엇이냐? 까지를 묻고 통화가 끝났다.
통화가 끝난 후 이 전화가 최근 뉴스 사회면에 계속 소개되는 아이를 학대하고 죽인 부모 사건 때문임을 곧바로 유추할 수 있었다. “이들이 내가 아들을 학대하는지 확인하려 했구나” 라며 기분이 나빴다. 나는 국가에서 보면 잠재적 패륜 부모이다.

그런데 왜 그 행정관은 나에게 전화를 해야했을까? 취학유예신청을 할 때 동사무소의 담당직원은 그 사유가 발달장애임을 알고 있었다. 발달장애아의 부모들 중 많은 분들이 장애아 등록을 계속 미루는데 자신의 아이에게 공식적인 장애인 딱지를 붙이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고 발달장애라는 원인불명의 병이 나아질 수도 있다는 기대를 품는다. 그러나 일단 등록된 장애아가 취학을 1년 미루는 건 흔한 일이다.  왜 국가는 그 많은 서류와 진단서를 요구하며 신분증까지도 발급한 일을 모르는 것인가?

둘째 나의 첫 답변에 행정관은 일순간 “그런 사정이 있으셨군요…” 라며 잠시 주저했지만 질문을 이어갔다. 취학유예를 시킨 부모에서 장애아의 부모로 내 위치가 변했지만 여전히 잠재적인 패륜부모의 혐의는 벗어나지 못했던 거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특수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은 이유는 시에 하나밖에는 없던 시설에 대기자가 많았고 그 순번이 한참 뒤에 있었고 옆동네에 대기자가 적었기 때문이었고 그 과정 역시 온갖 엑티브엑스와 공인인증서와 전화번호를 요구하는 국가의 공식 육아정보망을 통해 진행한 것이었다.

이를 두고 국가는 부처마다 사업마다 서로 다른 기억장치를 지니고 있어서 그것들은 서로 통하지 않는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행정관이 덧붙인 마지막 말 즉 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이름을 물을때 덧붙인 말은 위의 해석을 정지시킨다. “아 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서 구청에선 상세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서요”
부처간의 불통은 프라아버시 때문이었다. 국가의 이름 하에 나와 나의 아이를 기입토록 했던 국가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의 정보 즉 부모의 전화번호와 취학유예한 아이라는 정보만을 유통시키고 나머지는 기타 혹은 빈칸으로 일부러 남겨둔 것이다. 그 칸막이가 예외적 사건으로 인해 잠시 열렸다. 아니 보다 정확히는 국가는 항상 지못미 를 속삭이며 언제든 보호하던 프라아버시를 전화한통으로 다 취조하듯 물을 수 있다고 보는 편이 나을까?

테러방지법은 예외상태를 법률로 고정시키고 프라이버시와 인권을 길들인다. 그리고 자신이 한 일도 알지 못하는 국가는 갑자기 나를 범죄자인양 취조한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점은 국가는 이 모든 일을 잠재적 테러분자로부터 순수한 국민을 지키고, 잠재적 패륜부모로부터 우리 모두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행한다(고 믿는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