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가장 귀하다는 흔한 말은 진부하지만 여러갈래로 갈라진다.

인도네시아에서 인구는 많지만 쓸만한 사람은 없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나의 조사지에선 5살짜리 꼬마가 2살짜리 꼬마의 발목을 잡고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며 놀았다. 아이를 봐주기만하는 ‘이모님’이 자신의 월급의 6배를 받는다는 말에 인도네샤 최고대학 졸업생은 경악했다.
완행 통근기차 지붕위에 올라타는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해 여기저기 쇠공을 매달다는 인도네시아에서 사람은 전혀 귀하지 않다. 잘훈련되고 교육된 인력이 귀하다.

한국에서 숙련된 노동자가 지니는 가치는 급격하게 떨어졌다. 노동의 비숙련화에 대한 꽤 오랜 논의는 이젠 실질적 측면에선 논쟁거리가 되지 못할 것이다. 10년을 일한 노동자와 6개월이 된 노동자는 생산성 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달인, 장인의 영역은 기계화나 메뉴얼화가 되기 어려운 한정된 영역으로 축소되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보루라 할 교육분야에서도 비숙련화는 꽤 많이 진행되었다. 학점을부여하고 최신논의를 전달하는데 있어 20년 경력의 노교수와 시간강사의 차이를 <강의평가항목표>에 어떻게 넣을 수 있을 것인가? “교수의 가르침에서 내공이 느껴졌습니까?” 란 항목은 넌센스다. 한국에서 사람의 경험은 귀하지 않다. 경험을 최대한 빨리 추출하여 다른이에게 때로는 기계에게 까지 전할 수 있는 테크닉이 귀하게 되었다.

역설적으로 인도네시아에서 평상시의 인간관계는 매우 너그럽고 친절하다. 그리고 한국에선 다양한 경험과 창조력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것들이 귀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것을 말라죽이는 현실에 기반한다. 역설의 시대다.